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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 Journal

멋지게 달리고 싶으면 그림자를 보고 현실이 궁금하면 쇼윈도 거울을 봐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늦은 오후의 러닝을 참 좋아합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비트에 맞춰 발을 구르다 보면, 어느새 호흡은 안정되고 내 몸이 바람을 가르며 아주 가볍게 나아가는 듯한 짜릿한 기분이 듭니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리면 아스팔트 바닥 위에 길게 뻗은 제 그림자가 보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폼으로 달리는 사람 같습니다.

해질녘,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완벽한 러너

길게 늘어진 그림자 속의 저는 정말이지 감탄이 나올 정도로 날렵합니다. 팔치기는 리듬감 있게 딱딱 끊어지고, 다리는 깃털처럼 가볍게 허공을 가르며 길게 뻗어 나갑니다. 땅에 닿는 시간보다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더 긴 것만 같은 역동적인 실루엣입니다.

내 안의 금메달리스트가 깨어나는 착각의 시간

그 멋진 검은색 실루엣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 묘한 뽕(?)에 취하게 됩니다. ‘어, 나 오늘 자세 좀 나오는데?’, ‘지금 당장 마라톤 대회 나가면 입상하는 거 아냐?’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속에서부터 차오릅니다. 그림자의 멋진 폼에 맞춰 보폭을 조금 더 넓혀보고, 시선도 멀리 두며 마치 스포츠 브랜드 광고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허세를 부리며 달리게 됩니다. 숨이 조금 차오르지만, 그림자 속의 엘리트 러너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고상하게 뛰려 애를 씁니다.

유리창이 폭로한 잔인하고 묵직한 진실

그렇게 완벽한 나 자신에게 한껏 취해 코너를 돌았을 때, 도로변에 늘어선 1층 상가들의 커다란 통유리창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림자에서 보았던 그 경쾌하고 멋진 러너의 모습을 기대하며 슬쩍 고개를 돌려 쇼윈도 거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달리던 발걸음을 멈출 뻔했습니다.

멋지게 달리고 싶으면 그림자를 보고 현실이 궁금하면 쇼윈도 거울을 봐라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은 정말이지 엉망진창 그 자체였습니다. 깃털처럼 가볍게 도약하던 금메달리스트는 온데간데없고, 잔뜩 굽은 어깨와 거북이처럼 튀어나온 목을 한 채 헐떡거리는 피곤한 동네 사람이 거기 있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제 다리였습니다. 그림자에서는 분명 사슴처럼 길게 뻗어 나가던 다리가, 현실에서는 무거운 쇳덩이를 단 것처럼 바닥에 질질 끌리며 간신히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숨이 차서 일그러진 표정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고요.

그 참담한 괴리감에 혼자 헛웃음이 터졌습니다. 다른 러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우스갯소리인 멋지게 달리고 싶으면 그림자를 보고 현실이 궁금하면 쇼윈도 거울을 봐라 라는 문장이 제 뼛속 깊이 박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상상 속의 내 몸과 현실의 내 몸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무거운 발걸음, 내 몸을 짓누르고 있던 범인 찾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쇼윈도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오직 바닥의 그림자만 보며 뛰었습니다. 멘탈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죠. 하지만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내 다리는 왜 그렇게 무겁게 바닥을 기어 다니듯 뛰고 있었을까요? 단순히 체력 부족인 걸까요, 아니면 뻣뻣하게 굳은 근육들이 제 보폭을 갉아먹고 있었던 걸까요?

아무리 마음이 엘리트 선수여도, 결국 달리는 건 굳어있는 제 종아리와 발목이었습니다. 발목 주변의 뻣뻣함이 걸음걸이를 망가뜨리고 질질 끌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매일 밤 그림자만 보며 자기 위안을 삼을 게 아니라면, 이 처참한 현실 폼을 교정할 진짜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저처럼 유리창에 비친 엉성한 폼 때문에 충격을 받으셨다면, 발걸음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어줄 하체 근육의 비밀을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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